Christ the Mediator of the Law: ​Calvin’s Christological Understa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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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ng-Ho Moon
Paternoster Publishing, 2005
Paperback, 307 pages




율법의 중보자 그리스도: 칼빈의 기독론적 율법 이해-삶의 규범이자 살리는 규범으로서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문병호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Lex Dei Regula Vivendi et Vivificandi: Calvin’s Christological Understanding of the Law in the Light of His Concept of Christus Mediator Legis)이 영국의 유수한 신학 서적 출판사인 파테르노스트(Paternoster Press)의 신학총서 시리즈의 단행본으로서 발간되었다 (가격 25파운드, 약48000원).


     저자는 본서에서 초대 교회 이후 신학의 핵심 주제였으나 그동안 다분히 피상적으로만 다루어져 왔던 로고스(말씀)와 노모스(규범)의 진리(veritas)와 가치(validitas)를 제네바의 종교개혁자 존 칼빈(Johannes Calvinus, Jean Calvin)이 심오하게 전개했던 Christus Mediator legis(율법의 중보자 그리스도)라는 관점에서 고찰한다. 율법의 중보자 그리스도는 세 가지 측면으로 논의된다. 화목의 중보자(Mediator reconciliationis)로서 그리스도는 칭의의 의를 단회적으로, 성화의 의를 계속적으로 전가하심으로써 성도의 구원 과정 전체에 역사하신다.


     중재의 중보자(Mediator patrocinii)로서 그리스도는 성도들이 그들의 마음을 들어 올려서(sursum corda) 신령한 제사장적 기도를 드림으로써 성부 하나님과 대화하게 하신다. 그리고 가르침의 중보자(Mediator doctrinae)로서 그리스도는 그의 지식과 지혜의 부요하심으로 성도를 감화하신다. 하나님의 지식으로서 계시는 성령의 역사와 함께 하며 항상 존재의 변화를 수반한다. 칼빈 신학의 역동성의 기초가 되는 말씀과 성령론은 이상의 이해 가운데서 말씀 가운데 친히 말씀하시는 분이 그리스도시라는 기독론적 지평을 획득한다.


     이러한 삼중적 중보론은 로고스와 노모스의 관계를 이해함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으로서 공시적인 그림자-실체의 유비와 통시적인 약속-성취의 유비를 구속사적 관점에서 동시에 파악함으로써 율법 속의 그리스도와 그리스도 속의 율법에 대한 계시를 동시에 수납하게 한다. 그리스도는 율법의 실체이자 계시며 완성으로서 언약 가운데 율법의 의를 다 이루신 공로를 전가하시는 중보자이시다. 오직 율법이 경건하고 올바른 삶의 규범으로서 역사하는 것은 중보자 그리스도의 중보로 말미암는다. 이러한 중보자론은 그리스도의 삼중직(munus triplex)을 통한 현상적 이해를 넘어선다. 참으로 개혁신학의 핵심 주제(locus)인 그리스도의 위격적 연합 가운데서의 양성적 중보는 내재적 삼위일체론과 경륜적 삼위일체론에 대한 역동성에 기초해서 이해되는데 칼빈의 그리스도의 삼중적 중보론은 그 신학적 기초를 제시한다고 할 것이다.


     칼빈은 율법의 본질(natura legis)을 경건하고 올바른 삶의 규범(regula vivendi pie et iuste)으로 파악한다. 삶의 규범으로서 율법은 그리스도의 중보를 통하여서 성도의 구원과정에서 신학적 기능을 감당한다. 그리스도의 계속적 중보로 말미암아 삶의 규범이 동시에 생명을 주는 규범(regula vivificandi)으로서 작용한다. 그러므로 율법은 언약의 율법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이해가 화란 개혁주의, 영국의 청교도, 스크틀랜드 언약 신학의 기초가 되었다. 중보자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가 없다면 율법은 그 자체로서 구원 과정에서 작용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율법-복음의 루터란 구원서정은 배척된다. 멜랑흐톤과 부써와 마찬가지로 칼빈도 복음적 회개(poenitentia evangelica)와 함께 법적인 회개(poenitentia legalis)라는 개념 자체는 인정하지만, 후자 역시 믿음을 통한 의의 전가가 없으면 무의미함을 지적한다. 이와 같은 칼빈의 입장은 고백적인 모토인 lex semper accusat(율법은 항상 정죄한다)라는 원리에 집착해서 율법의 신학적인 용법과 규범적인 용법을 엄격히 분리하고자 하는 루터란 신학자들의 입장과 비록 율법의 규범적인 특성에 주된 관심을 보여 왔지만 율법의 고유한 기능을 단지 언약의 상호성(mutuality)과 조건성(conditionality)을 설명하기 위한 예비적인 방편 정도로만 여겨온 일부 언약 신학자들의 편향된 입장과는 구별된다.


     본서는 먼저 칼빈의 급작스런 회심(subita conversio)의 신학적 의미와 회심 이전의 인문학과 일반법 공부가 당대 신학과 경건을 대변하던 큰 조류였던 유명론자들의 새로운 길(via moderna), 토마스 아 켐피스 이후의 새로운 경건(devotio moderna), 그리고 루터의 신학으로 계승되는 새로운 어거스틴학(schola Augustiniana moderna)과 더불어 이후 그의 기독론적 율법관의 형성과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고찰한다. 그리고 초기의 신앙고백적 작품들과 요리문답들 그리고 수차례 편집된 일련의 기독교 강요들을 가르치는 편별(ordo docendi)에 주목해서 고찰함으로써 칼빈의 신학에 나타난 그리스도와 율법의 관계를 시기 별로 논구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계속되는 논제인 그리스도의 중보의 필연성과 범위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기초를 제공한다. 중보자의 필연성은 타락한 인류의 비참한 상태와 연관해서 주로 부정적으로 다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칼빈에게 있어서 이러한 필연성(necessitas)은 인류의 무능과 야만성에 맞추어서 자신을 낮추시고 적응하시며 소위 초칼빈주의(the so-called extra Calvinisticum)에 입각한 그리스도의 양성적 중보을 통한 계속적인 의의 전가를 통해서 드러내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내신적(intra-Trinitarian) 자기 필연성으로 나타난다.


     칼빈은 어떤 유대인에게 답하는 그의 작품 (“Ad quaestiones et obiecta Iudaei cuiusdam responsio”)과 셀베투스(Michael Servetus)와의 삼위일체와 기독론 논쟁을  통하여서 Christus mediator legis라는 개념에 입각한 자신의 구약 율법 해석의 독특성을 보여 줌으로써 일부 루터란 신학자들이 자신을 유대주의적 문자적 해석(Jewish literal interpretation)의 영향을 받은 유대주의자(Calvinus Iudaizans)라고 비난하는 것이 근거가 없음을 반증하고 있다. 구약 시대의 율법은 그리스도를 표상(repraesentatio)할 뿐 아니라 그의 인격의 현재(praesentia, 顯在)를 계시한다. 그리스도는 육신으로 오시기 전에도 교회와 천사들의 머리로서 하나님의 백성들을 중보하셨다. 이 부분에서 그리스도의 중보의 하나 임과 연속성으로 교회의 하나임과 연속성이 설명된다. 

그리고 사복음서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율법 해석과 완성을 다룸에 있어서 어떻게 칼빈이 율법의 실체(substantia)로서의 그리스도와 율법의 해석자(interpres)와 마침(finis)으로서의 그리스도의 관계를 Christus mediator legis라는 관점에서 다루는지 고찰한다. 칼빈은 그리스도의 율법의 해석을 다루면서 영원하고 불변한 율법의 규범적 본질에 수차 문의하며 그리스도의 율법에의 순종과 십자가에서의 죽으심과 부활, 승천, 재위를 다 이루신 중보자의 의의전가의 과정으로서 특징적으로 부각시킨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비하와 승귀가 자신의 영을 보혜사로서 성도들에게 임재케 하시고 그 교제와 교통 가운데 계속적으로 중보하시는 복음의 은혜의 측면에서 고찰된다.


     그리고 본서는 전체 구원 과정에 있어서의 율법의 사역(officium)과 용법(usus)을 칼빈의 바울 신학 해석을 중심으로 다룬다. 여기서는 Christus mediator legis라는 개념을 통하여 어떻게 칼빈이 율법의 규범적 본질로부터 신학적인 용법을 도출해 내는지 그리고 행위 언약과 은혜 언약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중보의 계속성과 lex vivendilex vivificandi의 유기적인 관계를 설명해 가는지를 살펴본다. 율법의 삼중적 용법에 대한 칼빈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율법의 이중적 사역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 율법은 동시에 정죄적이며 규범적으로 사역한다. 율법은 본질상 규범적이다. 하나님의 뜻의 계시로서 예배와 생활의 규범이 되는 율법이 타락 후 죄인들의 죄를 깨닫게 하는 신학적 용법을 감당한다. 이것이 제 일 용법이다. 율법은 거듭난 성도들을 위한 삶의 규범으로서도 계속 작용하는데 이것이 제 삼 용법이다. 율법의 제 이 용법은 성도의 구원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법의 위하적(威嚇的) 용법을 다룬다. 칼빈의 율법의 삼중적 용법은 율법의 본질을 정죄적으로 보는 루터와 멜랑흐톤와 다르며 율법의 규범성을 강조는 하되 그리스도의 율법의 중보 개념에 터 잡지 않는 불링거와 부써와도 다르다. 율법의 삼중적 용법을 피상적으로만 파악해서 칼빈의 율법관의 기원을 루터란 신학에서 찾는 기존의 신학을 비판하면서 저자는 중보자 그리스도의 율법의 중보 개념을 통해서 구원 과정에서의 의의 전가와 관련해서 율법의 용법을 다룬다. 본서의 마지막 장은 칼빈의 설교를 중심으로 그의 기독론적 율법관에 나타난 기독론과 구원론의 통일성(coherence)을 살펴보는데 할애된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칼빈이 그의 기독교강요에서 왜 율법의 제 삼 용법을 중요하고(praecipuus) 고유한 목적에 더욱 가까운 용법이라고(in proprium legis finem propius)했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중보로 말미암아 율법의 실체가 계시되고 완성되었으며 그 다 이루신 의가 구원의 전체 과정을 통하여서 전가된다. 이러한 구속사적 구원론 이해의 기초에 율법의 중보자 그리스도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

     본서는 세계 칼빈 학회 회장이었던 라이트 교수(David F. Wright)가 평했듯이 칼빈과 동시대 신학자들의 원전들을 충실히 읽어냄으로써 그리스도와 율법을 칼빈 신학의 중심 주제로 부각시켰을 뿐 아니라 이후 뚤레틴과 차알스 홧지로 이어지는 개혁주의자들의 조직신학 체계의 신학적 토대를 제시한 공이 있다. 칼빈의 율법관과 개혁주의 신학의 권위자이신 헷셀링크(I. John Hesselink) 교수는 본서의 독창성으로 말미암아 칼빈 신학의 교리적 심오함이 다시 조명되었으며 매우 중요하지만 잊혔던 그리스도와 율법이라는 주제가 다시 신학 논쟁의 중심으로 들어왔다고 논평했다. 그리고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서철원 교수는 본서는 삶의 규범인 율법에 생명을 주는 그리스도의 중보라는 개념으로 칼빈 신학을 심화하고 그 장을 새롭게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본서는 칼빈의 율법관을 중보자 그리스도론에 기초해서 고찰함으로써 율법을 단지 일반 윤리조항 정도로 치부하는 작금의 자연신학적 문화주의와 지나치게 율법의 규범성만을 강조해서 그리스도의 중보로 말미암는 율법의 은혜의 측면을 오히려 퇴색케 하는 신율법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본서를 통하여서 저자는 프란시스 뚤레틴을 위시하여 차알스 홧지, B.B. 워필드와 아브라함 카위퍼, 헤르만 바빙크로 이어지는 개혁주의 율법관의 칼빈 신학적 기원을 충실히 조명하고 있다. 칼빈은 율법을 언약의 율법(lex foederis)으로서 명령적 측면뿐 아니라 약속의 측면을 내포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율법의 이중적 측면이 논의됨은 율법의 중보자로서의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에 기초한다. 율법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quid possint homines) 해야 할 것(quid debeant)을 규율한다. 그러나 율법이 단지 정죄적 규범에 머물지 않음은 그리스도의 계속적 중보로 말미암아 신학적으로 성도의 구원 과정에서 살리는 규범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본서는 구속 역사상 십자가에서 다 이루신 그리스도의 의가 개인의 구원 과정에서 계속 전가됨을 기초로 로고스와 노모스의 실체적 관계를 추구함으로써 개혁주의 기독론적 율법관의 역동성과 그것의 그리스도인의 삶의 교리의 적실성을 함께 논구한 칼빈 신학의 정수를 다룬 작품이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