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7.6. 월요일 묵상 | 1. 비극이 아니라 하나님의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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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7월 첫째 주 예배입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세월이 참 빠르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이제는 우리가 세월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우리를 헤아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시간에 주님께서 말씀하신 “때”, 곧 카이로스의 호라, 하나님의 시간으로서의 때를 함께 보았습니다. 주님께서는 “때가 이르렀다”고 하셨습니다. 세상에서 보면 그것은 분명 비극입니다. 십자가로 가시는 길은 인간의 눈에는 비극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것을 비극이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화평을 주노라, 기쁨을 주노라, 사랑을 주노라,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끝까지 그것을 비극으로 여겼습니다. 주님이 십자가로 달려가시려 할 때, 그들의 마음에는 “그리 마옵소서” 하는 생각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십자가로 가신 것은 실패나 비극이 아니라, 그 일을 위하여 오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죽으시러 오셨고, 십자가에 달리시러 오셨습니다. 주님의 이름을 믿는 자들을 하나님의 자녀 삼고 제자 삼기 위하여 오셨습니다.
요한복음 17장의 대제사장적 기도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절부터 5절까지는 주님 자신을 위한 기도입니다.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맡기신 일을 잘 감당하는 것이 아들의 영화이므로, 주님은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십니다. 그리고 6절부터 19절까지는 제자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주님이 공생애 동안 세우신 열두 제자 가운데 가룟 유다는 배반하였고, 이제 열한 제자가 남았습니다. 오늘 본문은 현실적으로 이 열한 제자를 위한 기도입니다. 20절부터 26절까지는 앞으로 믿게 될 사람들, 곧 교회를 위한 기도이며, 크게 보면 우리를 위한 기도입니다.
오늘 본문은 제자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본문은 길고 내용도 많아 읽어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씀이 길고 상세하게 기록된 것은 그만큼 제자들이 귀하기 때문입니다. 무리는 예수님 손에 무엇이 들렸는지, 예수님의 주머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에 관심을 둡니다. 그러나 제자는 예수님 자신이 누구신지, 예수님 자신에게 관심을 둡니다. 오늘 말씀은 이 열한 제자를 향한 주님의 기도를 통하여 제자도가 무엇인지, 제자라고 불리는 자의 자격과 은혜가 무엇인지를 보게 합니다.
주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주님께서 공생애 동안 하나하나 세우신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단지 주님을 따라다니며 배우는 사람들이 아니라, 주님께 받은 가르침을 세상에 선포하고 사람을 낚는 일을 맡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는 자녀로서의 소명이 있고, 직분자로서의 소명이 있습니다. 자녀로서의 소명은 예수를 따라 구원을 받고 거듭나는 것입니다. 직분자로서의 소명은 사도직입니다.
오늘날 교회에 사도직은 더 이상 없지만, 사도들은 설교하고 성례를 거행하고 가르치며 치리와 권징을 행했습니다. 이러한 직무는 오늘날 목사에게 주어진 것과 깊이 연결됩니다. 사도 시대는 예수님의 공생애 때라기보다, 예수님께서 죽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후 오순절 성령강림을 통하여 사도들이 예수님의 증인으로 땅끝까지 나아간 시대입니다. 그 뒤를 이어 속사도 시대, 변증가 시대, 교부 시대가 이어졌습니다. 사도 시대는 이 모든 시대의 초석입니다.
사도들은 주님의 공생애를 함께 경험했고, 부활의 증인이 되었으며, 성경을 기록했습니다. 마태는 마태복음을 기록했고, 요한은 요한복음과 요한서신들, 요한계시록을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선지자와 사도들의 터 위에 서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그들의 이름 위에 교회가 선다는 뜻이 아니라, 그들이 받고 기록한 말씀 위에 교회가 선다는 뜻입니다.
오늘 말씀에서 주님은 이 제자들을 “세상 중에서 내게 주신 사람들”이라고 하십니다. “세상 중에서”라는 말은 세상에 속하여 살던 사람들 가운데서 아버지께서 그들을 불러내어 아들에게 주셨다는 뜻입니다. 그들은 어부로, 세리로,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었지만 아버지께서 그들을 아들에게 주셨습니다. 본래 아버지의 것이었던 사람들을 아들의 것으로 맡기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자의 삶은 인간적인 결심이나 단순한 종교적 열심에서 출발하지 않습니다. 제자는 세상 중에서 아버지께서 불러내어 아들에게 주신 사람입니다. 세상에 속해 살던 사람을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맡기셨고, 아들은 그들을 끝까지 사랑하시며 제자로 세우셨습니다. 이것이 제자의 출발입니다.